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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를 사랑하게 하는 것들 7월11일로 하와이에 온 지 2년이 되었다. 이곳에 올 때 임신 초기라 조심한다고 일을 하지 않았고 그 후 출산하고도 계속 집에만 있어서 아직 하와이라는 사회와 사람들을 그다지 겪어보지 못해미국 본토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와이를 좋아하게 된 몇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tradewinds라는 무역풍이 마음에 든다. 하와이의 화창한 날씨야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억세지 않고 기분 좋게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이 바람이 없이는 푹푹 찌고 더운 기후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지구 온난화때문에 무역풍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높디 높고 파란 하늘은 분지나 대기 오염이 심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요 상쾌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하와이가 최고가 아닐까. 두번째는 열대 과일이.. 더보기
잠에서 꾼 꿈을 믿는 사람-찬니 이제껏 다양한 환경의 사람을 여러 만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찬니를 만난 후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체조 교실에서 만나 몇 번 같이 동물원에 가거나 점심을 하다 가까워진 엄마들이 몇몇 있다. 그 중 한 명인 태국인 찬니는 나이도 나와 비슷하며 우리 둘째를 아주 귀여워했다. 그녀의 딸은 둘째보다 1 살 많지만 둘은 서로 다투지도 않고 사이좋게 잘 놀았다. 찬니는 내가 아플 때 직접 음식을 해서 솥채로 가져다 주는 등 여러가지로 챙겨줘서 참으로 고맙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찬니와 친해지기 전까지는 나처럼 그저 보통 가정 주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같이 산다고 했을 때 왜인지 모르지만 그 남자는 건달(?)같은 사람이 아닐까 했다. 왜냐면 그녀의 집은 체조 교실에서 꽤 멀었는데.. 더보기
큰아이의 봄방학과 성장 길고도 짧았던 큰아이의 봄방학이 끝났다...(3월 말경) (그리고 이 글을 다 쓰는 데 석 달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휴) 고작 일주일이었는데도 네 살과 한 살박이 두 아이를 오롯이 나 혼자 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요즘 급격히 체중이 늘어난 둘째를 항상 안고 다닌 탓인지 며칠 전부터 오른쪽 어깨에 무리가 왔고 결국 오십견 증세가 와서 오른팔을 들거나 쓸 수 없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른팔이 아파 계속 왼쪽 가슴만으로 수유를 했더니 오른쪽 가슴이 바위 덩어리처럼 딱딱해지고 아파오더니 유선염 증상이 왔다. 손이 하나 더 있어도 모자란 판에 이런 몸이라니!!! 정말이지 어깨와 가슴이 아파서도 울고 싶었지만 더 기가 막혔던 것은 봄방학을 기점으로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번역일까지 들어온 것이다.. 더보기
자고 싶다 그야말로 잠과의 전쟁이다.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했지만 잠을 푹 못 잔 지 이주일이 훨씬 넘었다. 평소 잘 자던 딸아이가 밤중에 네 다섯 번은 깨고 낮잠도 부쩍 줄어들어버렸다. 덕분에 내 수면의 질과 양은 나빠질대로 나빠졌고 요즘 매일같이 짜증스럽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아침을 맞이하기 보다는 밤 내내 비몽사몽 어설프게 자다 깨다 하다 보면 아침이다. 잠을 자도 도무지 잔 것 같지가 않은 나날이었다. 그래도 낮 동안은 사랑스러워 아기 얼굴이 침 범벅이 되도록 쪽쪽 거리고 품에 끼고 지내지만 밤이 되면 몇 번이나 일어나 울면서 젖을 찾는 딸이 짜증스럽고 무서울 정도다. 이건 전쟁 포로도 아니고 이런 잠고문이 없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젖 달라고 품으로 돌격(?)해 오는 아이는 영락없는 고문관이다. 도저.. 더보기
자유와 함께 춤을 자유다! 자유다! 아이도 업지 않고 가방도 들지 않은 내 몸은 마치 끈 떨어진 풍선처럼 두둥실 뜰 것 같다. 발걸음이 정말 가볍다. 동시에 팬티 없이 바지를 입은 양 뭔가 빠지고 허전한 느낌도 든다. 이렇게 오롯이 나 혼자 쇼핑몰에 온 지가 언제였는지. 나와 함께 시부모님을 뵈러 가는 대신 남편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망설여졌지만 시댁에서 5 분 거리인 쇼핑몰에서 기다리면서 혼자만의 시간도 보내고 혹 아이가 너무 울면 금방 올 수 있는 거리이니 어떻냐는 남편의 제의가 나쁘진 않았다. 내가 아직도 시부모님을 그리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남편도 더 이상 화해나 만남을 억지로 시키고 싶지는 않아 했다. (하긴 시어머니 목소리조차 듣기 싫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동안 뭘 할까 생각할 .. 더보기
시모와 계모 이곳의 구정은 한국처럼 휴일은 아니지만 아시안계가 많아 미국 본토 보다는 구정을 챙기는 편이다. 그래서 구정에도(평일이라도) 많은 레스토랑이나 모임 장소가 구정을 축하하는 친구와 친척들로 붐빈다. 그러나 나는 시부모님을 찾아가 뵙지 않았다. 작년 땡스기빙 이후로 크리스마스는 물론이고 신정에도 인사를 가지 않았다. 작년 땡스기빙 다음 날 시어머니가 남편과 통화중 F로 시작하는 욕까지 하시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시는 것을 듣고 (스피커폰이 켜져 있어서 직접 들을 수 있었다) 몸서리 친 것도 있지만 손녀를 보여주지 않는다고 큰시아버지께 나에 대해 불만 불평을 터뜨린 것을 남편 사촌이 귀뜸해 주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남편은 큰애를 데리고 명절때마다 주말에 한 번은 꼬박꼬박 얼굴을 내밀었고 지금도 그러.. 더보기
낙원의 두 얼굴 슈퍼에 가려고 딸아이와 집을 나서는데 하마터면 소리를 지를 뻔 했다. 코를 찌르는 오줌 냄새와 함께 너덜너덜 떨어진 옷을 입은 한 흑인 남자가 갑자기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집 모퉁이 벽에 너무 가까이 앉아 있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고 그 남자의 모습은 노숙자의 바로 그것이었기 때문에 등골이 오싹했다. 몇 달전 공원의 화장실을 쓰려던 관광객이 아무런 이유없이 노숙자에게 폭행을 당해 입원한 뉴스가 뇌리를 스쳤다. 그 전에는 일광욕을 즐기던 주민(여자)이 잠깐 쳐다봤다는 이유로 노숙자에게 얼굴과 머리를 구타 당했다는 뉴스도 났었다. 이곳은 거의 일년내내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기후가 온후하다, 아니, 덥다. 정말이지 티셔츠 한 장으로 한 해를 지낼 수 있다. 그에 반해 물가는 내가 살았던 오사카나 미국 본토보.. 더보기
한국인 엄마 오늘은 딸아이의 첫 체조 교실이 있는 날이었다. 좋은 말로 하면 체조 교실이지만 키즈카페 같은 곳이다. 단지 강사가 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마사지를 해줘라 아이를 들어올려라 내려라 하며 약 이십분 정도 수업(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거의 아이들을 미끄럼틀이나 그네를 태우며 놀린다. 어쨌든 걷기 시작한 이후로 활동량도 늘어난 딸아이한테 체조 교실은 좋은 운동이 될 것 같았다. 강사는 백인과 흑인 여성 두 명이었는데 백인 강사를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던 딸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흑인을 봐서인지 보자마자 울어댔다. 어찌나 크게 우는지 몸이 울릴 정도로 크게 틀어댄 비지엠이 잘 안들렸다. 낯설어서 그렇다는 (백인 강사도 처음 봤는데 괜찮았다) 변명도 못 하겠고 참 난감했다. 교실은 손이 차가워질 정도로 에어컨이 빵..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