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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첫번째 크리스마스 발표회

큰애가 유아원을 다닌지 반 년이 되었다. 작년 일본에서 여기로 이주할 때만 해도 일본말과 한국말이 뒤섞여 잘 알아듣기가 힘들었는데 유아원에 다니게 된 이후로는 몇 몇 한국말 일본말 단어 이외에는 영어만 하게 되었고한국말을 해도 대답은 영어만을 고집한다.
처음 석 달은 매일 아침 내 바지가 찢어져라 붙잡고 울기에 정말 보내야 하나 하고 고민할 정도였다.
아침마다 너무 마음이 안 좋고 아이도 힘들어하니 내가 무슨 짓을 하나 싶었다. 한번은 부모가 아이를 관찰할 수 있는 날이 있어 갔더니 애가 왜 그렇게 가기 싫어하는 지 정말 이해가 갔다. 말도 다르고 (게다가 숫자와 요일을 영어와 더불어 스페인어로까지 가르치고 있었다!) 모든 루틴에 낯설은 우리 아이는 그야말로 낙동강 오리알이었다. 스무 명 남짓 아이들 속에 뭐가 어찌 돌아가는 지 알 길 없는 우리 아이는 카페트만 긁고 있었다. 선생님과 상담을 하니 간단한 지시를 알아듣거나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되도록이면 집에서도 영어로 대화해 달라고 했다.(나는 그리 납득이 안 갔지만 남편은 아들한테 더 이상 일본어를 쓰지 않았다)
그렇게 아침마다 우는 아이를 구슬려 학교에 보낸지 반 년만에 아이의 크리스마스 발표회가 있었다. 작은 애를 들쳐업고 까치발로 본 우리 큰애의 발표는 참 대견스러웠다. 비록 노래 끝말만 따라하는 게 역력했지만 율동에 맞춰 팔을 올렸다 내렸다 열심이었다. 나와 둘째를 발견하곤 병아리가 파닥파닥 거리듯 더 힘차게 움직이는 아이를 보니 코끝이 찡해졌다.
그리고 아이와 진저 브래드 쿠키에 데코레이션을 올리는 등 여러가지 이벤트를 하며 즐겁게 보냈다. 아이는 교실에 전시된 자기 작품을 보여주고 싶어 “엄마 엄마 엄마!!!!!!” 하고 목청이 떠나가라 불러댔고 “우리 언이 참 잘 했네~”라고 칭찬하니 콧구멍을 실룩대며 우쭐거렸다.

같은 반 아이들에 비하면 아직 알파벳도 숫자도 제대로 모르는 큰애지만 태어나 자란 곳과 확연히 다른 이곳에서 비교적 빨리 적응해나가는 모습이 참으로 뿌듯하고 고마웠다.
무섭고 외로웠겠지만 드디어 자신을 의지하며 나아가는 큰애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언아, 정말 잘 하고 있어!!! 엄마 아빠가 언제나 지켜보고 있단다,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