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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엄마

오늘은 딸아이의 첫 체조 교실이 있는 날이었다.
좋은 말로 하면 체조 교실이지만 키즈카페 같은 곳이다. 단지 강사가 있어서 이렇게 저렇게 마사지를 해줘라 아이를 들어올려라 내려라 하며 약 이십분 정도 수업(설명)을 해준다. 그리고 거의 아이들을 미끄럼틀이나 그네를 태우며 놀린다.
어쨌든 걷기 시작한 이후로 활동량도 늘어난 딸아이한테 체조 교실은 좋은 운동이 될 것 같았다.

강사는 백인과 흑인 여성 두 명이었는데 백인 강사를 보고는 아무렇지도 않던 딸아이가 태어나 처음으로 흑인을 봐서인지 보자마자 울어댔다. 어찌나 크게 우는지 몸이 울릴 정도로 크게 틀어댄 비지엠이 잘 안들렸다. 낯설어서 그렇다는 (백인 강사도 처음 봤는데 괜찮았다) 변명도 못 하겠고 참 난감했다. 교실은 손이 차가워질 정도로 에어컨이 빵빵했지만 나는 우는 아이를 달래느라 사우나에 들어갔다 나온 것 마냥 얼굴은 벌갰고 온몸이 땀에 절었다.

정신을 좀 차리고 둘러보니 교실에 온 아이들은 12여명이었다. 두 명의 백인 그리고 폴리네시언/마이크로네시언 계통으로 보이는 학부모 이외에는 대부분 동양계 부모였다. 정확히 말하면 한국인 엄마들이 대부분이었다.
“아휴 잘 한다” “아이~예뻐” “아야 아야했어요”하고 여기가 한국인가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한국말이 들렸다.
나는 칭찬이나 애교에 인색한 경상도 남자같은 성격이라 아이에게 그런 표현은 잘 하지 않을 뿐더러 왠지 오글거렸다. 그러는 사이에 수업이 끝나고 교실을 나갈 준비를 하는데 한 남자아이가 “저거 저거”하며 내 가까이 있던 작은 장난감 버스를 가리켰다. 그 아이의 엄마는 “저거 달라고?”라고 묻다가 내게 와서 “그거 당신거유?”하고 영어로물어왔다. 한국말로 대답할까 하다 그냥 “노”라고 짧게 말하자 그 장난감을 낚아채듯 집어서 자신의 아들에게 쥐어주고 그대로 나가버렸다. 분명히 자기 아들 것이 아닌 것 같았는데!!! 필시 교실에 온 다른 아이의 장난감이거나 교실 장난감일텐데 자기 아들이 원한다고 쥐어주는 (엄밀하게는 훔치는) 엄마라니?!
나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준 건 아니지만 그 상황을 보고 별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물론 그 엄마의 인간성이나 모든 면을 알지 못하지만 아이를 위한다는 이름으로 남의/교실의 물건을 함부로 가져가버리는 행동에 애들을 위한다면서 온갖 부도덕, 비리를 저지르는 한국의 엄마들이 떠올랐다. 우리 아이 울리느니 남의 물건이라도 들고 가버리자는 엄마, 우리 아이 기 죽이느니 민폐를 끼쳐도 되는 엄마, 이런 한국인 엄마를 일본에서고 미국에서고 어렵지 않게 봐왔다.
뭐,이런 저런 별의별 엄마들이 있겠지만 참 씁쓸한 첫 수업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