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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싶다

그야말로 잠과의 전쟁이다.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했지만 잠을 푹 못 잔 지 이주일이 훨씬 넘었다. 평소 잘 자던 딸아이가 밤중에 네 다섯 번은 깨고 낮잠도 부쩍 줄어들어버렸다. 덕분에 내 수면의 질과 양은 나빠질대로 나빠졌고 요즘 매일같이 짜증스럽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아침을 맞이하기 보다는 밤 내내 비몽사몽 어설프게 자다 깨다 하다 보면 아침이다. 잠을 자도 도무지 잔 것 같지가 않은 나날이었다. 그래도 낮 동안은 사랑스러워 아기 얼굴이 침 범벅이 되도록 쪽쪽 거리고 품에 끼고 지내지만 밤이 되면 몇 번이나 일어나 울면서 젖을 찾는 딸이 짜증스럽고 무서울 정도다. 이건 전쟁 포로도 아니고 이런 잠고문이 없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젖 달라고 품으로 돌격(?)해 오는 아이는 영락없는 고문관이다.

도저히 이렇게 살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급기야 아이가 혼자 잘 수 있는 크립(침대)을 찾기 시작했다. 중고 사이트며 아마존이며 여기저기 찾다가 결국 타켓에서 새 침대를 마련했다. 여자애지만 둘째라 오빠가 타던 유모차나 장난감을 물려받은 게 많으니 침대만큼은 크림색의 새 것을 샀다.
어제가 아이를 혼자 재운 첫째날이었는데 단번에 실패했다. 아이가 울 때 마다 처음엔 7분 그리고 5분, 3분 간격으로 남편이 방에 들어가서 달래주었는데 거의 잠에 들려고 하면 안절부절 못하던 내가 들어가서 깨버렸고 새로 산 침대에 흥분한 첫째 아이가 방에 들어오는 등 사전에 남편과 미리 계획을 못 짠 것이 화근이었다. (결국 남편과 언성을 높히며 싸우는 것으로 막을 내렸다)
오늘은 딸아이 수면교육을 남편에게 100% 맡기고 잠에 골아떨어진 아들레미 옆에서 이렇게 글을 쓴다. 언이랑 이렇게 같이 자는 것도 1년이 훨씬 넘었다. 딸아이의 부드럽디 부드러운 솜털 머리가 그립지만 어느새 부쩍 커버린 아들레미랑 자는 것도 새롭고 나쁘지 않다.
자야지 자야지 하면서도 이렇게 특별한(?) 날의 기록은 꼭 해두고 싶다.
아가, 많이 힘들겠지만 우리 이제 통잠이라 걸 자보자!
엄마는 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