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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를 사랑하게 하는 것들

7월11일로 하와이에 온 지 2년이 되었다.

이곳에 올 때 임신 초기라 조심한다고 일을 하지 않았고 그 후 출산하고도 계속 집에만 있어서 아직 하와이라는 사회와 사람들을 그다지 겪어보지 못해미국 본토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와이를 좋아하게 된 몇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tradewinds라는 무역풍이 마음에 든다.
하와이의 화창한 날씨야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억세지 않고 기분 좋게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이 바람이 없이는 푹푹 찌고 더운 기후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지구 온난화때문에 무역풍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높디 높고 파란 하늘은 분지나 대기 오염이 심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요 상쾌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하와이가 최고가 아닐까.

두번째는 열대 과일이 아주 풍부하고 참 맛있다. 지금 이 시기는 망고와 라이치 계절인데 특히 여기서 난 망고에 중독돼 버렸다. 그 새콤달콤한 향기와 맛 그리고 베어물때 온 입에 퍼지는 과즙은 먹어본 사람만이 안다. 운 좋게도 현재 살고 있는 집 뒷뜰에는 50년이 넘은 큰 망고 나무가 있어서 신선하고 맛있는 망고를 매일 따서 아침에 먹고 있다. 아침마다 아이들은 망고를 따느라 즐거워하고 나는 맛있는 망고를 먹을 생각에 아침이 기쁘다. 우리 둘째가 두 손으로도 들 수 없을 정도로 큰 망고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걸 보면 마음까지 풍요로워 진다.

세번째는 하와이의 다문화가 좋다. 물론 하와이 인구 분포를 보면 아시아계가 다수인 점도 있겠지만 이곳은 많은 곳이 아시아 사람이 주역이거나 백인과 아시안이 정말 골고루 잘 섞여 있는 것 같다. 특히 여기에 오기 전까지는 나에게 동남아시아라면 월남국수나 톰얌쿵같은 음식만을 떠올렸지만 하와이에 와서 처음으로 태국, 배트남 그리고 필리핀 사람을 사귀고 같이 어울릴 수 있었다. 베트남, 필리핀 사람도 족발이나 개고기를(!) 먹는다는 걸 듣고 의외로 식생활이 한국인이랑 비슷하구나 싶었다. 물론 내가 사귄 대부분의 동남아시아계 사람들은 아이 체조 교실에서 만난 아기 엄마들이라 한정적이지만 거의 다 인상이 좋았다.

네번째는 물이다. 바닷물, 산에서 흐르는 폭포수 그리고 매일 마시는 물, 이곳의 모든 물이 참 좋다. 딱히 물에 일가견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일본에 살 때 여러 지방의 지하수나 샘물을 7년 정도 마셨기에 물맛을 구분할 수 있게는 되었다. 하와이 물은 연수라서 마시기도 좋지만 피부도 촉촉하게 해주는 것 같다. 확실히 느끼는 것은 미국 친정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면 바디 로션을 바르지 않고는 못 견딜정도로 건조해진다. (몇 번이나 바꿔도 늘 샤워 헤드는 허옇게 변해있다)

다섯번째는 자연이다. 섬이라서 당연히 바다가 있지만 산도 높고 웅장하다. 매일 큰 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 근처의 해변에서 작은 게나 물고기를 관찰하거나 바다위로 뜬 무지개와 형형색색으로 지는 노을을 볼 수 있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값진 기억이라 생각한다. 아이들이 몇 백년 된 나무나 무지개 빛의 물고기에 의문을 가지고 감탄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왠지 가슴이 뿌듯해진다.

이곳의 좋은 점/내가 좋아하는 점을 적고보니 거의 자연에 관한 것이거나 별로 대단한 것이 없다. 오히려 하찮은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한국에 살고 있는 여동생과 통화할 때 마다 매일 미세먼지를 체크하며 때로는 미세먼지 경보때문에 아이와 밖에 못 나간다는 말을 들을 때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지금 내가 아이들과 누리고 있는 것, 특히 자연에 대해 더욱 감사하게 여기게 되었다.

3년, 4년 햇수가 늘어날수록 이곳을 사랑하는 것이 더 많아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