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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어 가는 2020년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

2020년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혼란과 우울을 겪으며 무산된 계획도 많았고 무엇보다 걱정으로 휩싸여 불안한 한 해였고 여전히 그러하다.  그동안 내 마음으로 써 온 글들은 정신없이 바쁜 일상생활에 밀려 마치 파도에 바로 씻겨버린 발자국처럼 곧 사라져 버렸지만 가슴은 더욱 허전해졌다. 그렇기에 오늘은 피곤하던 말던, 작정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침 점심 저녁을 차리고 큰 애 온라인 수업, 숙제를 챙겨주고 작은 애랑 놀아주고 집안일 이것저것 하고 내 일을 하다 보면 벌써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누워서 작은 애랑 인형 놀이를 할 정도로 항상 피곤했다. 급기야 요도염이 오더니 대상포진까지 걸려버렸다. 그 고통은 산통과 맞먹는다더니, 내 생각엔 더 아플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애들은 봐야 하고 밥도 해야 하고 일도 하느라 어찌어찌 지나갔다. 이런 일이 생길수록 우리 엄마는 어떻게 애들 셋에다 하루 세끼 꼬박꼬박 음식을 해오셨는지(도시락까지 싸 주시고) 모르겠다. 엄마, 왕 짱이요!

코로나 시국에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것 중 하나가 꼬박꼬박 챙겨야 하는 세끼 음식이다. 나는 진짜 요리에 재능이 없다. 조리법을 보고 그대로 해도 '맛대가리'가 없다. 아마 남편이 발가락으로 요리해도 내가 한 것보다는 맛있을 것이다. 올해 3월부터 애들과 집에 갇혀 매 끼니를 챙기는 것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다. 그렇다고 성장기 아들과 어린 딸에게 매일같이 김에다 밥만 싸 주는 것은 더더욱 용납이 안 돼서 내가 내 스스로를 쥐어짜며 영양 밸런스 등을 고려해 음식을 하고 있다. 전에는 매일같이 슈퍼에 가서 만들어 놓은 것도 사고, 좀 여유가 있었는데 이제는 모든 반찬을 처음부터 내가 다 만드니 부엌에 서있는 시간만 해도 일과의 삼분의 일이나 된다. 무엇보다 내가 요령이 없어서 더 걸리는 같다. 이러다 내 요리 솜씨가 좀 나아질지는 모르겠지만,,,(제발이요!!!)

'애들아, 어서 커서 너희들 스스로 밥 좀 챙겨 먹으렴!' 하고 마음속으로 빌 뿐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잘 크고 있고 남편도 계속 일을 다닐 수 있어서 정말 감사하다. 지금 하와이는 아름다운 해변과 자연경관이 무색할 정도로 흉흉하다. 관광객이 끊긴 하와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실업률이 치솟고 있고 약탈, 살인이 늘고만 있다. 남편의 지인은 슈퍼에 간다고 비운 1시간 남짓 시간에 집을 털렸다. 집에 있던 여분의 차 열쇠까지 다 훔쳐가서 차를 딜러에 가져가 바꾸는 등 어려움을 겪었고 무엇보다 언제 또 강도가 들지 몰라 정신적으로 많이 피폐해졌다고 한다. 게다가 하와이는 작은 섬이라 코로나가 굉장히 빠르게 확산돼서 확진자도 급증했다. 백신이 나올 때까지 존버 정신으로 살고 있는데 남편이 회사를 나가야 하니 하루하루가 불안하다. 그렇다고 일을 그만둘 수도 없어 총체적 난관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 할 수밖에 없다. 바로 다음 일이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게 인생이니까. 그러기에 오늘 이렇게 내 넑두리라도, 내가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어서 마음이 벅차다. 오늘은 어제랑 다르게 나만의 시간을 가진 게 너무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