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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더디지만 세월은 빨리 간다

육아라는 게 그렇다. 하루 하루는 그렇게 더딜수가 없는데 지나고 보면 어떻게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린다. 분명 첫째 아이때 다 경험했을 텐데 이맘때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처음 한 말이 뭐였으며, 몇 개월에 첫니가 났는지, 걸음마를 시작했는지 정도만 기억날 뿐 다른 것들은 기억 상실증에 걸렸었던 듯 전혀 생각이 안 난다.

둘째가 이앓이를 시작했는지 요 며칠간 잠을 못 자고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깨며 칭얼거린다. 잠 못 자는 것엔 어느 정도 이력이 나있다고 생각했는데 낮에 아이를 보는 도중 꾸벅꾸벅 졸다 앞으로 쏠려 넘어질 뻔 했다. 너무 고단해서 짜증같은 감정이 올라오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이 애교쟁이가 내 무릎에 기어오르며 찡긋 웃어주는데 나도 허~하고 웃고말았다. 에고, 요 귀여운 거이.
첫째 아이때도 이앓이 할 때 이렇게 힘들었나? 정말이지 기억이 없다. 그냥 휙휙 지나가버린 것 같다.

아침(새벽 5 시) 마다 둘째의 고 쪼꼬만한 손에 뺨을 맞거나 무작위로 얼굴 머리를 밟히면서 일어난다. 그리곤 큰 애가 우리방으로 뛰어들어온다. 그리고 뒤따라 온 남편과( 남편은 아들과 잔다) 두 아이를 데리고 거실로 나가면 우리의 하루가 시작된다.
어쩔땐 하루가 어려운 숙제같이 느껴진다. 하지만 이 하루를 기억하고 싶다. 변하지 않고 머무는 것은 없으니까.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아이들과 남편과 이 순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