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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어서 나아라 작년에는 크리스마스에도 너무 더워 에어컨을 켜야 했는데 올해는 자다가 추워서 이불을 찾을 정도로 쌀쌀해졌다. 하지만 낮동안은 땀이 날 정도로 더워 일교차가 심하다. 언이의 유치원에도 아이들이 많이 아픈지 급기야 언이 반 선생님까지 독감에 걸려 학교에 못 나왔다고 한다. 만약아이가 열이 나고 누렁코를 흘리면 학교에 보내지 말라고 몇 번이나 메일이 왔다. 심지어 아픈 애를 등교 시키면 다시 데려가게 하겠다고도 연락이 왔다. 그런데 언이가 아닌 둘째가 열이 심하게 나기 시작했고 누렁코에 침까지 줄줄 흘리며 칭얼댔다. 안 그래도 이앓이 때문에 잠을 잘 못 자고 있었는데 코가 막히니 젖도 잘 못 빨게 되어 더더욱 힘든 모양이었다. 누우면 코가 더 막히는지 자지러지 듯 울어댔다. 눕혀서 재울 수가 없게 되었다. 나.. 더보기
새로운 하루 아기가 잘 때 틈틈이 쓴 글을 순식간에 날려버렸다. 쉬지도 않고 구구절절 쓴 내 글들이 실수로 누른 클릭 하나로 다 날라가버리니 다시 쓰고 싶은 마음도 힘도 사라져버렸다. 힘이 빠져 그냥 그대로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잘 된 건지도 모르겠다. 지난 이틀간은 몸도 마음도 너무 힘들어서 다시 보면 기분이 더 가라앉는 느낌이 들 지도 모른다. 몸은 여전히 피곤하지만 오늘은 다행이도 우울한 기분도 덜 해서 되도록이면 밝은 생각으로 쓰고 싶다. 오늘 언이는 너무나 기분이 좋은 지(아님 힘이 넘치는 지)아침부터 의자에서 뛰어내리거나 큰 소리로 노래를 하거나 대답하는 등 야단도 아니었다. 둘째도 덩달아 벽을 잡고 까치발로 일어서 엉덩이를 실룩거리며 캭캭하고 소리를 질러댔다. 귀여운 두 아이, 이렇게 사랑스러운 애들을 .. 더보기
하루는 더디지만 세월은 빨리 간다 육아라는 게 그렇다. 하루 하루는 그렇게 더딜수가 없는데 지나고 보면 어떻게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날 정도로 빨리 지나가버린다. 분명 첫째 아이때 다 경험했을 텐데 이맘때 어땠는지 기억이 잘 안 난다. 다만 처음 한 말이 뭐였으며, 몇 개월에 첫니가 났는지, 걸음마를 시작했는지 정도만 기억날 뿐 다른 것들은 기억 상실증에 걸렸었던 듯 전혀 생각이 안 난다. 둘째가 이앓이를 시작했는지 요 며칠간 잠을 못 자고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깨며 칭얼거린다. 잠 못 자는 것엔 어느 정도 이력이 나있다고 생각했는데 낮에 아이를 보는 도중 꾸벅꾸벅 졸다 앞으로 쏠려 넘어질 뻔 했다. 너무 고단해서 짜증같은 감정이 올라오기 직전이었다. 그런데 이 애교쟁이가 내 무릎에 기어오르며 찡긋 웃어주는데 나도 허~하고 웃고말았다... 더보기
나를 알아가는 길 아이를 낳고 생각의 끈을 놓아버렸고 또 아이를 낳고 감정 여과를 멈춰버렸다.화가 나면 버럭버럭 폭발하고 우울하면 엉엉 소리내어 울고 그야말로 나도 아이처럼 감정의 억제 불능인 채로 살았다. 특히 둘째 아이가 생겼을 때 계획도 하지 않았을 뿐더러 시댁으로 이사해야 하는 일 등 여러가지가 겹쳐서 첫째에게 막 대했다. 지금도 엄마가 아니라 악마같던 내 모습이 떠올라 숨이 막힐 듯 하다. 미안하다, 언아, 정말 미안해. 나이와 상관없다고 말 할 수도 있겠지만 불혹을 넘기고도 나를 잘 모르는 내 자신이 참 한심하고 난감하다.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 자신을 잘 모른다는 것도 그렇지만 이제와서 어떻게 찾으라고? 그렇지만 세상에는 이런 질문을 아예 생각치도 않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나는 나 자신을.. 더보기
하루에 10 분 전에는 그랬다. 뭘 하려면 날을 잡아야 하고 책상에 똑바로 앉아야 하고 재료나 구색을 다 갖춰야 하는 등 내가 원하는 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할 맛이 안 났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주로 돌아간다. 계획, 준비는 커녕 임기응변으로 하루 하루가 지나간다. 심지어 아이를 안고 큰 일도 잘 보고 아이를 한 손에 안고 다른 손으로 요리 청소 빨래널기까지, 마치 샴 쌍둥이처럼 아이와 같이 생활 하나 하나를 같이 한다. 그러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은 없다. 아니 없었다. 밥하고 먹고 씻고 청소하고 애 돌보고 같이 자고, 그리고 무한 반복.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냥 생각을 멈춰버렸다.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처럼 짐승같이 살았다. 하지만 사랑니 구석에 끼인 시금.. 더보기
가까워질 수 없는 시어머니 글을 쓰고 몇 번을 삭제하고 다시 썼는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여기에 쓰는 글은 나를 위하여 쓰고 싶었는데 이번에 쓴 글은 정말이지 감정의 쓰레기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 감정이 글로 써내려가 풀어지지 않는 한 더 이상 글을 못 쓸 것 같다. 땡스기빙을 기점으로 시어머니와 심하게 틀어졌다. 그렇다고 나랑 직접 다툰 것도 아니다. 시어머니는 모든 불만을 남편에게 퍼붙는다. 나한테 불만이 있어도, 내가 바로 앞에 있어도 갈구는 것은 남편이다. 난 그저 투명인간이다. 그러면서 항상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 “내가 아들이 하나뿐이라 널 정말 딸이라 여겼는데...”하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것도 세 네 번 똑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시어머니를 매일 대하며 내 정신과 인내에 한계.. 더보기
아직은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먹는 우리 부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엄마가 그러하듯 나 역시 주말을 목 빼고 기다린다. 말 할 상대(남편)가 있는 것 만으로도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아이랑 단 둘이 보내는 것이 누런 현미밥을 꾸역꾸역 삼키는 것 같다면 남편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숭늉을 마시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번 주말은 그 시원한 숭늉이 다 타버린 누룽지가 되어 텁텁하고 쓴 맛이 되어버렸다. 발단은 내 영어 때문이었다. 점심 시간을 지나 좀 늦은 시간에 수족관으로 놀러 간 우리는 간단하게 핫도그와 감자 튀김을 먹기로 했다. 작은 애를 앞으로 업고 배낭까지 맨 남편이 사오기로 하고 나는 큰 아이랑 작은 놀이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놀이터 바로 옆에는 해양 동물 보호을 위한 영상을 보여주는 소극장(작은 부스 같은)이 있었는데 큰 아이가.. 더보기
낙원에서의 유배 생활(혹은 독박 육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소위 파라다이스라고 불린다. 파라다이스? 낙원? 그러나 나에게 '낙원'이란 단어는 참 낯설다. 단지 '낙원 상가' '낙원 갈비' '낙원 회관'등 무슨 빌딩이나 식당에 붙는 좀 촌스러운 이름 같다고나 할까. 9 개월 된 둘째를 업고 매일 아침마다 산책을 가는 공원은 해변가와 연결되어 있어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특히 하얀 드레스에 꽃다발을 들고 캐주얼 정장에 우크렐레를 든 남녀의 신혼 여행 사진 촬영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다. 매일 다른 커플들이 똑같은 의상과 똑같은 포즈로 똑같은 나무와 해변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사의 멘트도 한결같다. '뽀뽀하시고!' '허리 당기시고!' '서로를 더 가까이 마주보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커플들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