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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에 10 분 전에는 그랬다. 뭘 하려면 날을 잡아야 하고 책상에 똑바로 앉아야 하고 재료나 구색을 다 갖춰야 하는 등 내가 원하는 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할 맛이 안 났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모든 것이 바뀌었다. 모든 것이 아이들을 위주로 돌아간다. 계획, 준비는 커녕 임기응변으로 하루 하루가 지나간다. 심지어 아이를 안고 큰 일도 잘 보고 아이를 한 손에 안고 다른 손으로 요리 청소 빨래널기까지, 마치 샴 쌍둥이처럼 아이와 같이 생활 하나 하나를 같이 한다. 그러나 오롯이 나만의 시간은 없다. 아니 없었다. 밥하고 먹고 씻고 청소하고 애 돌보고 같이 자고, 그리고 무한 반복. 몸이 피곤하다는 핑계로 그냥 생각을 멈춰버렸다. 그냥 생각하기를 포기한 것처럼 짐승같이 살았다. 하지만 사랑니 구석에 끼인 시금.. 더보기
가까워질 수 없는 시어머니 글을 쓰고 몇 번을 삭제하고 다시 썼는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여기에 쓰는 글은 나를 위하여 쓰고 싶었는데 이번에 쓴 글은 정말이지 감정의 쓰레기 같은 내용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이 감정이 글로 써내려가 풀어지지 않는 한 더 이상 글을 못 쓸 것 같다. 땡스기빙을 기점으로 시어머니와 심하게 틀어졌다. 그렇다고 나랑 직접 다툰 것도 아니다. 시어머니는 모든 불만을 남편에게 퍼붙는다. 나한테 불만이 있어도, 내가 바로 앞에 있어도 갈구는 것은 남편이다. 난 그저 투명인간이다. 그러면서 항상 나한테 하시는 말씀이 “내가 아들이 하나뿐이라 널 정말 딸이라 여겼는데...”하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것도 세 네 번 똑같은 내용을 계속 반복해서 말씀하시는 시어머니를 매일 대하며 내 정신과 인내에 한계.. 더보기
아직은 개떡같이 말하면 개떡같이 알아먹는 우리 부부 혼자 아이를 키우는 대부분의 엄마가 그러하듯 나 역시 주말을 목 빼고 기다린다. 말 할 상대(남편)가 있는 것 만으로도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아이랑 단 둘이 보내는 것이 누런 현미밥을 꾸역꾸역 삼키는 것 같다면 남편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숭늉을 마시는 느낌이다. 그런데 이번 주말은 그 시원한 숭늉이 다 타버린 누룽지가 되어 텁텁하고 쓴 맛이 되어버렸다. 발단은 내 영어 때문이었다. 점심 시간을 지나 좀 늦은 시간에 수족관으로 놀러 간 우리는 간단하게 핫도그와 감자 튀김을 먹기로 했다. 작은 애를 앞으로 업고 배낭까지 맨 남편이 사오기로 하고 나는 큰 아이랑 작은 놀이터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그 놀이터 바로 옆에는 해양 동물 보호을 위한 영상을 보여주는 소극장(작은 부스 같은)이 있었는데 큰 아이가.. 더보기
낙원에서의 유배 생활(혹은 독박 육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소위 파라다이스라고 불린다. 파라다이스? 낙원? 그러나 나에게 '낙원'이란 단어는 참 낯설다. 단지 '낙원 상가' '낙원 갈비' '낙원 회관'등 무슨 빌딩이나 식당에 붙는 좀 촌스러운 이름 같다고나 할까. 9 개월 된 둘째를 업고 매일 아침마다 산책을 가는 공원은 해변가와 연결되어 있어 항상 관광객들로 붐빈다. 특히 하얀 드레스에 꽃다발을 들고 캐주얼 정장에 우크렐레를 든 남녀의 신혼 여행 사진 촬영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다. 매일 다른 커플들이 똑같은 의상과 똑같은 포즈로 똑같은 나무와 해변에 서서 사진을 찍는다. 사진사의 멘트도 한결같다. '뽀뽀하시고!' '허리 당기시고!' '서로를 더 가까이 마주보시고!' 그리고 무엇보다 그 커플들은 하나같이 행복해 보인다. 다.. 더보기
나를 위한 공간 첫째 아이가 6개월 쯤 되어 육아에 조금씩 익숙해져갈 무렵 우연히 본 어느 블로그를 계기로 4년이 지난 지금까지 거의 매일 다른 사람들의 블로그를 찾아보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그냥 습관처럼 읽으면서도 어떤 내용은 너무나 사적이라 '왜 이런 내용까지 공개하지? 일기장에나 적어놓지'하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소소한 일생사들을 기록한 글들을 매일같이 빠짐없이 읽었지만 한 번도 '나도 이렇게 쓰고 싶다'고 느낀 적은 없었다. 다만 육아에 지쳐 소리를 지르고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마다 일기장을 꺼내 휘갈기 듯 쓰는 것이 내가 펜을 드는 유일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근래 보게된 '팜펨' 님의 글을 대하고 가슴이 뜨거워지고 손에 땀이 났다. 그 분의 글을 읽으며 울다가 우는 내가 놀라웠고 아기한테 젖을 물리면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