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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신적”이라는 말 십 몇년전까지 나는 말일성도/몰몬교 교인이었다. 고등학교때 교문앞에서 만난 금발의 선교사와 긴머리의 한국인 선교사의 영어를 가르쳐 주겠다는 말이 발단이었다. 그리고 대학도 몰몬교로 유명한 유타에서 다니며 교회를 갔고, 일본에 가서도 몰몬교회를 다녔다. 거기서 만난 사람이 안드레아였다.안드레아는 콜롬비아에서 태어나 세 살때 텍사스에 온 미국인이었는데 일본인 남편과 결혼으로 일본으로 온 케이스였다. 내가 처음 안드레아를 만났을 때 그녀는 일본에 산 지 거의 10년이 다 되었지만 영어선생이라는 직업때문인지 일본어를 거의 못했다. 그녀가 아플 때 남편이 바쁘면 내가 데리고 가서 통역을 해주어야 했을 정도로 일본어가 더뎠다. 그러던 그녀에게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가 왔다. 당시 4살인가 5이었던 그녀의 딸 앞에서 .. 더보기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은 남편 어제 남편이 두번째 코로나바이러스 백신을 맞았다. 첫번째 백신때와는 달리 열이 많이 나고 두통, 몸살이 심해 아침에도 잘 못 일어나고 하루종일 침대에만 누워있었다. “이렇게 아픈 적은 처음이다”라고 말하는 남편을 보며 불현듯 일본에 살 때가 생각났다. 언이가 1살 반이었을 때 남편은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으로 가까운 병원에 가서 약을 받아 먹었지만 차도가 없어 큰 병원에 가서 MRI까지 찍었다. 사진상으론 뇌에 이상이 없다고 했지만 남편은 일주일가량 심한 두통을 호소했고 일도 할 수 없었다. 결국 병원에서 뇌수술후 먹는 아주 강한 약을 처방 받고서야 진정이 됐다. 그때 마침 언이도 심한 독감에 걸려 구급차를 타고 멀리 있는 큰 소아병원까지 가야했고 의학 일본어는 잘 모르는 남편 데리고 병원 가랴 어린 아.. 더보기
잘 가라 2020년, 많이 느끼고 배우게 해줘서 고맙다. 오늘로 한국 시간으로 2020년 마지막 날이다. 올해는 코로나 바이러스로 혼돈스럽고 어려운 한 해였어도 진부적 표현이지만, 그 덕분에 전에는 미처 몰랐던 많은 것들을 알게 된 것도 많다. 건강, 가족, 직장,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행복 등, 지금 내가 이곳에서 느끼는 것을 더더욱 감사히 알고, 느끼게 되었다. 또한 코로나로 어디 한 발자국 못 나갔지만 올해 크리스마스이자 내 생일은 이제껏 내 생애에 가장 두근거리고 즐거웠다. 크리스마스이브 밤, 남편이 생각도 못 했던 산타클로스 분장으로 등장해 나는 물론 아이들도 너무나 놀랐고, 신났던 크리스마스였다. 큰 애는 흥분과 기쁨으로 늦게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이들 동심을 소중히 여겨주는 남편이 정말 존경스럽고 크리스마스 하루 내내 요리와 이벤트로 우리.. 더보기
저물어 가는 2020년의 끝자락에서 다시 시작 2020년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혼란과 우울을 겪으며 무산된 계획도 많았고 무엇보다 걱정으로 휩싸여 불안한 한 해였고 여전히 그러하다. 그동안 내 마음으로 써 온 글들은 정신없이 바쁜 일상생활에 밀려 마치 파도에 바로 씻겨버린 발자국처럼 곧 사라져 버렸지만 가슴은 더욱 허전해졌다. 그렇기에 오늘은 피곤하던 말던, 작정하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 오늘부터 다시 시작이다! 아침 점심 저녁을 차리고 큰 애 온라인 수업, 숙제를 챙겨주고 작은 애랑 놀아주고 집안일 이것저것 하고 내 일을 하다 보면 벌써 하루가 끝났다. 그리고 누워서 작은 애랑 인형 놀이를 할 정도로 항상 피곤했다. 급기야 요도염이 오더니 대상포진까지 걸려버렸다. 그 고통은 산통과 맞먹는다더니, 내 생각엔 더 아플지도 .. 더보기
하와이를 사랑하게 하는 것들 7월11일로 하와이에 온 지 2년이 되었다. 이곳에 올 때 임신 초기라 조심한다고 일을 하지 않았고 그 후 출산하고도 계속 집에만 있어서 아직 하와이라는 사회와 사람들을 그다지 겪어보지 못해미국 본토와 어떻게 다른지 확실히는 모르겠다. 하지만 하와이를 좋아하게 된 몇가지가 있다. 무엇보다 tradewinds라는 무역풍이 마음에 든다. 하와이의 화창한 날씨야 세계적으로 유명하지만 억세지 않고 기분 좋게 살랑거리며 불어오는 이 바람이 없이는 푹푹 찌고 더운 기후일 뿐이다. 안타깝게도 지구 온난화때문에 무역풍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높디 높고 파란 하늘은 분지나 대기 오염이 심한 대도시가 아닌 이상 미국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요 상쾌한 바람을 느낄 수 있는 곳은 하와이가 최고가 아닐까. 두번째는 열대 과일이.. 더보기
잠에서 꾼 꿈을 믿는 사람-찬니 이제껏 다양한 환경의 사람을 여러 만나왔다고 생각했지만 찬니를 만난 후 그건 나의 착각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체조 교실에서 만나 몇 번 같이 동물원에 가거나 점심을 하다 가까워진 엄마들이 몇몇 있다. 그 중 한 명인 태국인 찬니는 나이도 나와 비슷하며 우리 둘째를 아주 귀여워했다. 그녀의 딸은 둘째보다 1 살 많지만 둘은 서로 다투지도 않고 사이좋게 잘 놀았다. 찬니는 내가 아플 때 직접 음식을 해서 솥채로 가져다 주는 등 여러가지로 챙겨줘서 참으로 고맙고 다정한 사람이라고 느꼈다. 찬니와 친해지기 전까지는 나처럼 그저 보통 가정 주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남자친구”와 같이 산다고 했을 때 왜인지 모르지만 그 남자는 건달(?)같은 사람이 아닐까 했다. 왜냐면 그녀의 집은 체조 교실에서 꽤 멀었는데.. 더보기
큰아이의 봄방학과 성장 길고도 짧았던 큰아이의 봄방학이 끝났다...(3월 말경) (그리고 이 글을 다 쓰는 데 석 달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휴) 고작 일주일이었는데도 네 살과 한 살박이 두 아이를 오롯이 나 혼자 보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요즘 급격히 체중이 늘어난 둘째를 항상 안고 다닌 탓인지 며칠 전부터 오른쪽 어깨에 무리가 왔고 결국 오십견 증세가 와서 오른팔을 들거나 쓸 수 없게 되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오른팔이 아파 계속 왼쪽 가슴만으로 수유를 했더니 오른쪽 가슴이 바위 덩어리처럼 딱딱해지고 아파오더니 유선염 증상이 왔다. 손이 하나 더 있어도 모자란 판에 이런 몸이라니!!! 정말이지 어깨와 가슴이 아파서도 울고 싶었지만 더 기가 막혔던 것은 봄방학을 기점으로 가뭄에 콩 나듯 하는 번역일까지 들어온 것이다.. 더보기
자고 싶다 그야말로 잠과의 전쟁이다.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했지만 잠을 푹 못 잔 지 이주일이 훨씬 넘었다. 평소 잘 자던 딸아이가 밤중에 네 다섯 번은 깨고 낮잠도 부쩍 줄어들어버렸다. 덕분에 내 수면의 질과 양은 나빠질대로 나빠졌고 요즘 매일같이 짜증스럽게 아침을 맞이하고 있다. 아침을 맞이하기 보다는 밤 내내 비몽사몽 어설프게 자다 깨다 하다 보면 아침이다. 잠을 자도 도무지 잔 것 같지가 않은 나날이었다. 그래도 낮 동안은 사랑스러워 아기 얼굴이 침 범벅이 되도록 쪽쪽 거리고 품에 끼고 지내지만 밤이 되면 몇 번이나 일어나 울면서 젖을 찾는 딸이 짜증스럽고 무서울 정도다. 이건 전쟁 포로도 아니고 이런 잠고문이 없다. 까무룩 잠이 들었는데 젖 달라고 품으로 돌격(?)해 오는 아이는 영락없는 고문관이다. 도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