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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의 크리스마스/생일

생일 저녁, 미역국을 끓이는데 눈물이 났다. 국 간을 보는데 하염없이 눈물이 볼을 타고 내려와 국물과 엉겨 더 짭쪼름했다. 이유없는 서러움과 허전함에 감정이 더 북받쳐 올라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아기를 안고 부엌에 들어온 남편이 놀라 물었다.
“ 왜 그래? 무슨 일이야? 내가 뭘 잘 못 했어?”
남편 때문이 아니라고 했지만 남편 얼굴도 보고 싶지 않았다. 제발 이유를 말해달라는 남편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남편을 등지고 돌아섰다.
왜 그랬을까?
남편 말대로 나이를 한 살 더 먹어서? 남편이 내 생일(크리스마스)에 날 두고 시댁에 다녀와서? 아니면 출산한지 10개월이 넘은 이 마당에 산후우울증이 와서?
모르겠다, 내 마음인데도 확실히 모르겠다. 위에 말한 것들이 모두 이유가 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미역국을 끓이는 타이밍으로 나온 눈물을 시점으로 생일이고 뭐고 기분은 깊고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난파선 같았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큰애가 손꼽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날이다. 모두 6 시에 일어나 남편이 만들어준 아침을 먹었다. 흰 밥에 베이컨과 달걀 후라이 그리고 우메보시 한 알. 그리고는 크리스마스 트리 밑에 모두 앉아 선물을 풀기 시작했다. 큰애 선물이 열 개도 훨씬 넘었다. 큰애는 온종일 깡충깡충 뛰어다니고 소파에서 뛰어내리는 등 흥분 상태였다. 작은애도 덩달아 하루에 두 번 자는 낮잠을 건너뛰고 저녁이 되었다. 남편이 있었지만 둘째가 하루내내 전혀 낮잠을 자지 않아 참 피곤했다.
그리고 엄마 아빠한테서 화상 통화로 전화가 왔다.
“생일 축하한다! 미역국은 먹었니?”
엄마 얼굴을 보니 왠지 마음이 짠했다.
“지금 끓일려던 참이었어요.”
“그래, 잘 먹고,,,,너 낳을 때 크리스마스라 병원 문 연데 찾느라 고생했던 생각이 난다.”
1월에 태어날 예정이었던 나는 2주일 정도 일찍 태어났다고 한다. 크리스마스 날 저녁 엄마는 목욕탕에 갔다오는 길에 갑자기 진통을 느끼셨다고 한다.
배가 끊어지듯 아픈데 문 연 병원이 없어 그 추운 날씨에 여기저기 병원을 찾아 헤멘 엄마가 떠오른다. 마침 아빠는 다른 곳에 계셔서 엄마 혼자였다고 한다. 얼마나
난감하고 힘드셨을까. 결국 나는 산파 할머니가 받아주셔서 겨우 태어났다.

엄마 아빠를 못 뵌지 거의 2년이 다 되어간다. 휴대전화 화면 속의 엄마 얼굴은 더 늙고 헬쓱해 보이고 아빠 머리는 더더욱 희어지는 걸 보니 마음이 아프다.
내 아이들과 남편이 바로 내 옆에 있지만 엄마가 너무 보고 싶다. 엄마 냄새가 그립다.
어쩌면 부모님 생각에 오늘내내 침울했는지도 모르겠다.
2018년의 크리스마스는 그렇게 왔다가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