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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깊었던 이주일

드디어 큰애의 이주일 겨울방학이 끝났다.

넘쳐나는 에너지를 주체할 수 없어 시종 돌고래마냥 점프를 해대는 큰애와 여기저기 기어다니기 시작한 젖먹이를오롯이 나 혼자 이주일 동안 봐야한다는 것에 처음에는 적지않은 스트레스를 느꼈다.
하지만 ‘내 애를 내가 못 보면 누가 볼 수 있으랴’ 라는 각오로 첫째날을 맞이했다. 기본적으로 아이들의 ‘체력 소모’에 중점을 두고 이등병 훈련시키듯 무조건 달리기를 시켰다. 해변에 데려가서도 달리기, 놀이터에 가서도 달리기, 그리고 어디든지 걸어서 데려갔다. 둘째도 덩달아 풀밭에서도 기고 운동장에서도 기어다녔다. 집에 돌아오면 밥을 왕창 먹이고 놀이겸 목욕을 시켰다.
크리스마스와 새해에는 남편이 쉬어서 그나마 수월했고주말에는 동물원과 수족관으로 ‘뺑뺑이’를 돌렸더니 이주일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큰애가 학교 가기 전날에는 조금 서운하기까지 했다.

이주일간 큰애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다시 큰애와 연결이 된 기분이 들었다.
큰애를 낳아 세 살이 되도록 매일 하루내내 같이 있었지만 그 때는 대화는 커녕 대부분 밥을 먹이거나 보살피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하와이로 이주한 이후로는 임신을 핑계로 남편에게 맡기고 큰애에게 거의 관심을 주지 않았다. 오히려 짜증이나 화를 낸 적이 많았고 둘째를 낳은 이후로는 따로 자고 학교를 가게되어 매일 거의 한두마디밖에 안 한 것 같다.
정말 오랜만에 같이 뒹굴며 깔깔 낄낄거리며 마음껏 웃었다. 여태껏 둘째에게 질투를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지난 이주일 동안 내가 둘째를 안거나 젖을 물리면 “나도 안아줘 엄마”하고 돌연간 내 품에 뛰어들거나 “엄마, 사랑해, 매일 매일”하고 애정을 원하고 표현해주었다.
아기때부터 뭐든지 언제든지 아빠만 찾는 ‘아빠바라기’였던 큰애.이제는 나와 둘째에게도 스스럼 없이 사랑 표현을 하고 행동으로 보여준다.
언제나 윽박지르고 화내는 엄마였던 나를 다 포용하고 안아주는 큰애에게 참으로 미안하다. 그리고 너무나 사랑한다.
매일 아이들과 넉다운이 된 연말연시였지만 아이들의 사랑스런 눈을 바라볼 수 있어 어느 때보다 더 뜻깊고 소중한 이주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