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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함께 춤을

자유다! 자유다!
아이도 업지 않고 가방도 들지 않은 내 몸은 마치 끈 떨어진 풍선처럼 두둥실 뜰 것 같다. 발걸음이 정말 가볍다. 동시에 팬티 없이 바지를 입은 양 뭔가 빠지고 허전한 느낌도 든다. 이렇게 오롯이 나 혼자 쇼핑몰에 온 지가 언제였는지.

나와 함께 시부모님을 뵈러 가는 대신 남편 혼자서 아이들을 데리고 가겠다고 했다. 망설여졌지만 시댁에서 5 분 거리인 쇼핑몰에서 기다리면서 혼자만의 시간도 보내고 혹 아이가 너무 울면 금방 올 수 있는 거리이니 어떻냐는 남편의 제의가 나쁘진 않았다.
내가 아직도 시부모님을 그리 만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남편도 더 이상 화해나 만남을 억지로 시키고 싶지는 않아 했다. (하긴 시어머니 목소리조차 듣기 싫다고 했으니)

기다리는 동안 뭘 할까 생각할 겨를도 없이 도착하자 일단(?) 이전부터 먹고 싶었던 크레페를 먹었다. Very berry heaven이라는 이름처럼 딸기, 블루베리, 블랙베리와 달콤한 크림이 얹어진 크레페와 새콤한 핫 레몬티를 같이 먹으니 정말이지 베리 베리 헤븐이었다. 게다가 포크와 나이프로 조금씩 ‘우아하게’ 잘라가며, 음미하는 것도 참 좋았다. 그렇게 사람답게 먹고 있는데 옆 분수대 광장에서 노랫소리가 들려왔다. 아마추어 가수들을 모아 콘서트를 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앉아 구경하던 사람들이 흥겨운 음악이 나오자 일어나 몸을 흔들고 아이들은 뛰어다니는 등 자유롭고 신나는 광경이었다. 뻣뻣한 사람(?)인 나는 손가락만 리듬에 맞추며 마음속으로 춤을 췄다.
그리고 몰 안에 있는 수퍼에서 여유롭게 저녁 찬거리를 사며 처음 보는 채소나 생선을 찬찬히 구경도 했다.
그렇게 두 시간은 너무나 빨리 지나갔고 곧 남편과 아이들이 돌아왔다. 다행이도 딸아이는 처음에만 약간 울었을 뿐 시부모님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어쩌면 이런게 누이(시어머니) 좋고 매부(며느리) 좋다는 것인지도. 단 두어 시간이었지만 나는 오랜만에 기분전환이 되어 좋았고 시부모님도 필시 손주들을 볼 수 있으셔서 좋았으리라.
이렇게 잠시나마 몸과 마음이 해방되니 한층 여유가 생겼다. 언제 나 스스로부터 시부모님을 뵙고 싶은 마음이 들지는 모르겠지만 가족 모임이나 그런 ‘가야하는’ 자리에는 갈 수 있겠다는 생각의 여유가 생겼다. 앞으로도 종종 이렇게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싶다.